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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母神(대모신) 오똑이 - 윤재갑(큐레이터)

작성자 사진: Yang Soon-YealYang Soon-Yeal

폴 길딩의 말처럼 지구는 어느덧 우리 인간들로, 우리가 만든 물건들로,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가득 찼습니다. 시인 박노해는 ‘이 풍요로운 가난의 시대’에 이쪽 동네는 영양실조로 죽어 가는 반면, 다른 동네의 쓰레기통은 차고 넘친다고 한탄합니다. 거기다가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이 시대 인류가 맞닥뜨린 ‘변곡점’과 ‘특이점’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매 순간 세계의 몰락과 인간의 죽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인류세’와 ‘자본세’가 초래한 이 위기는 인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지고지순한 가치라고 믿어왔던 인본주의나 휴머니즘은, 모든 사물과 자연을 도구나 노예로 취급하는 인간의 위선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를 나누고 차별해온 인간중심적 이원론이 이 위기의 주범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재앙을 겪고 나서야 인류는 겨우 스스로를 의심하고 반성하게 된 것입니다.


온 세상이 물에 잠기는 인류 최초의 대재난을 그린 영화 <노아>가 딱 이런 상황입니다. 노아가 신으로부터 받은 계시는 사악한 인간종을 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재난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인 자기 가족을 자기 손으로 죽임으로써 ‘세계의 구원’을 완수하려 합니다. ‘세계의 구원’은 ‘인류의 종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노아>의 묵시론적 세계관은 지금 우리, 현생 인류가 처한 암울한 딜레마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양순열 작가의 Mother Earth(대모신) 작품들은 이런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Mother Earth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근본적 분리를 해소하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과 사물들이 공생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과 사물을 포함한 존재 일반이 모두 평등하고 탈중심적인 인드라망으로 연결된 채 서로를 밝게 비추고 있다는 범동양적 화엄의 세계와도 같고, 인간중심주의에서 탈피해서 사물중심주의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서양의 ‘신유물론’적 사유와도 연결됩니다.


특히 도청 청사 마당과 호수 위에 설치되는 Mother Earth, Ottogi 작품은 모든 존재 일반으로 확장된 범우주적 모성의 회복을 통해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선 모성이며, 젠더의 경계를 넘어선 페미니즘이며, 인종적 차별을 감싸 안는 아프로퓨처리즘 이어야 합니다. 그럴 때에만 그것은 ‘인류의 종말’을 전제하는 <노아>적 구원이 아니라, ‘인류의 구원’을 약속하는 ‘세계의 구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똑이>는 그런 확장된 모성의 회복과 인류의 구원을 염원하며, 평화롭고 풍요로운 미래를 상징합니다. 경북 도민과 세계인이 그런 세상에서 다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윤재갑(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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